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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8] [서울SE센터] 동물도 사람도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작성자
mapopet
작성일
2017-08-28 15:40
조회
983
오는 9월 동물병원 설립 앞둔 서울 마포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
이것은 한 협동조합 대표와의 만남에서 들은 바를 짧게 요약한 것이다. 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던 지난 5월 28일 서울 마포의 한 건물 옥상에서 만난,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동물 대표 ‘보리’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동생 이야기를 하려면 몇 가지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병원’이라 함은 ‘동물병원’, ‘대표’라 함은 ‘동물대표’를 이르고 그 외의 것은 ‘사람병원’, ‘사람대표’라고 부르기로 한다. 회원은 ‘동물회원’과 ‘사람회원’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이렇게 해야 설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대외활동이 신생 협동조합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건만, 보리에게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바로 엄마(반려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보고 심하게 짖는다는 점이다. 한 번도 사람을 문 적은 없으므로 치명적 제약은 아니지만, 특히 이 날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사진 찍는다고 후텁지근한 옥상에 오랜 시간 붙잡아두면 동네가 떠나갈 듯 목청이 커진다.




보다 못 한 사람대표, 정경섭(42·민중의집 대표)씨가 진지하게 말한다. “보리야! 우리 같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 슬슬 합을 맞춰야지.” 신기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조용히 듣고 있는 보리. “대표끼리라서 그러지 저랑 얘기할 때는 긴장을 좀 하더라고요”라면서 정 대표는 웃었다.



​‘동물대표’, ‘동물회원’, ‘동물정관’의 의의



올해 5살인 보리는 2013년 5월, 고양이 두 마리와 개 한 마리의 다른 후보들을 따돌리고 대표에 선출됐다. 조합원 선거와 대국민 소셜(SNS) 선거라는 2차례의 투표를 통해서다.

이 선거는 불과 한 달여 전인 2013년 4월 발기인대회를 가진 이 협동조합을 홍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동물 대표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이 협동조합의 성격과 지향하는 바를 잘 알려준 셈이다. 동물회원들을 위한 정관도 정했다.

“인간만의 세상, 인간만의 사회라는 건 존재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동물 정관은 행복하게 살 권리,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 생명권을 보호받고 존엄하게 삶을 마칠 권리를 위해 동물병원을 설립해 달라는 동물들의 요구를 사람의 말로 표현해 놓았다.





우리동물생명협동조합의 2013년 5월 동물대표 선거 홍보물



물론, ‘재미있다’는 반응 못지않게 ‘유별나다’는 반응도 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모두 똑같다는 데서 한계를 느껴 온 사람들이 하나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동물병원 계획에 큰 호응



우리동생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동물병원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 중에 있다. 창립총회를 한지 불과 1년밖에 안 됐는데도 사람 조합원 400여 명, 동물 조합원 770마리, 동물병원 개원을 위한 출자금(기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므로 증자 개념) 약정액이 1억3400여만원에 달한다는 점만 봐도 호응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요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동물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동물병원에서 목돈을 지출하며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대해 수의사로부터 상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건강검진도 자주 받을 수 있으며, 미용이나 돌봄 서비스도 믿고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등 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밝히는 기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려인 의견이 반영된 첫 동물병원”



다만 중요한 것은, 이 협동조합은 이런 기대를 다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려 고양이 두 마리의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이 협동조합에 가입했고, 2014년 초부터는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상근자로 일하게 된 김현주(35) 사무국장은 “모든 조합원의 기대를 다 이룬다는 것은 상상속의 동물 용을 현실로 데려오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협동조합 동물병원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병원비를 훨씬 싸게 받고,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최고 수준으로 제공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요. 병원을 유지하려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야 하고, 조합원 대다수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야 하겠죠.”



이런 점을 조합원들도 알지만 이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어떤 병원을 만들고 어떤 수의사 선생님을 모실지, 어떤 서비스를 할지를 조합원들이 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려인의 의견이 반영된 첫 번째 동물병원’이라는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






이 의미를 설명하면서 김 사무국장은 4년 3개월 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던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하셔서 동물을 키워보지 못 하다가, 서른 넘어 우연히 고양이를 키우게 됐는데,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몰라요. 엉엉 울기까지 했었다니까요.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무게 때문에요.”



아무 지식도 경험도 없는데다 조언을 들을 만한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이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질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는 데 대해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고양이 배에서 ‘그륵그륵’ 소리가 나기에 ‘기분 좋으면 낸다는 그 소리인가?’ 했으나 알고 보니 설사 전 단계였던 적도 있고, 어디가 아픈지 눈물을 질질 흘리는데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밤에 안고 병원으로 뛰어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김 사무국장은 미진함을 느꼈다고. 어디가 어떻게 아프기에 이런 증세를 보이는지, 처방받은 약은 어떤 치료를 위한 것인지 속 시원히 설명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2013년 5월 서울 마포구청 시청각실에서 열렸던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창립총회 모습. 당시 명칭은 '우리동물병원생활협동조합'

이었으나 이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저는 성격이 적극적인 편이라서 귀찮아 할 때까지 묻고 또 묻는 편인데도 그랬어요. 사람병원에서도 그런 점은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동물은 말을 못 하니까 반려인들의 답답함은 더 크죠.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우면 프린트물이라도 몇 종 만들어 놓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아쉬움이 쌓였던 게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던 셈이에요.”



​"돌봄은 스스로를 성숙하게 해 준다"

​​

보리의 반려인인 송인숙(43) 이사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빨 스케일링 하는 데만 30만원 낸 적도 있으니, 부담이 되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병원에 따라 가격이 배도 넘게 차이가 나고, 얼마 만에 한 번씩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얘기도 다 다르다는 거예요. 물론, 병원들도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겠죠. 다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한 곳이라도 100%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생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어요.”



특히 조합원들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급한 사정이 있거나 여행을 갈 때 반려동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가둬놓고 먹이만 주는 게 아니라 편안하고 친근하게 돌봐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다.



또 동물들의 건강과 심리 상태,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욕구도 크다.
김 사무국장은 “저희 모임에서는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서로 핸드폰에 저장한 동물 사진을 보여주면서 배변 얘기, 사료 얘기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자신이 누군가를 돌본다고 판단될 때 가장 용감해진다”면서 “결국 권한과 책임을 인지하며 돌보는 행위는 스스로를 성숙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천만금보다도 값진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함께 해 주셔야 꿈이 현실이 됩니다"



우리동생은 오는 9월 동물병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일반 협동조합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수의사법 개정으로 비영리법인만 동물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과 출자금을 더 모으는 것도 당면 과제다. 동물병원 인가를 무난히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개원 준비를 위해서도 5000여만 원 정도 약정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정 대표는 “이만하면 잘 되고 있는 중”이라며 여유 있는 표정이다. “사람 병원 만드는 과정보다 훨씬 진행이 빠르다”는 것이다. 3년여에 걸쳐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함께 했고 현재 상임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정 대표는 “그 만큼 협동조합 동물병원에 대한 필요가 컸고 열정을 가진 조합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사무국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동물병원이 생기고 나면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지금 가입하고 출자해 주시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꿈이 현실이 되죠. 출자금은 개원 2년 정도 후부터 의료비, 검진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터뷰 장소를 나서기 전 모두들 잠시 방심한 사이, 송 이사 뒤쪽에 놓인 물건을 집으려던 사람에게 보리는 다시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새끼를 세 마리를 낳은 직후, 새끼들과도 주인과도 갑작스레 헤어져 송 이사에게로 왔다는 보리. 그 뒤로 이렇게 짖기 시작했다지만 엄마 품에 안겨있을 때만은 순하디 순해 보이는 보리. 마치 우리동생 동물회원 정관의 한 대목을 표정으로 전해주는 듯했다.



“우리들은 생각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으며,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의 삶이 소중하듯 우리들의 삶도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동물병원협동조합을 세워주시길 바랍니다.”






-글 황세원(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출처] 동물도 사람도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작성자 서울SE센터











원본 http://sehub.blog.me/220019125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