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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9] [세계일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 만들고 싶어”

작성자
mapopet
작성일
2017-08-28 15:49
조회
2272
주소 :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9/26/20140926003427.html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 만들고 싶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동물병원이 올해 말 문을 연다.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받고 병원 수익을 저소득층 지원 등 사회에 환원하는 협동조합 병원이 탄생을 앞두고 있다.최근 서울 마포구 민중의 집에서 만난 정경섭(43)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대표는 “동물병원 설립을 매개로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협동조합이 수의사를 고용해 여는 형태의 병원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연다. 정경섭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대표는 “반려동물을 매개로 사람들 간의 품앗이 공동체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김범준 기자









오는 12월 서울 마포구에 개원할 협동조합 병원의 이름은 ‘우리동물병원’. 지난해 1월 정 대표를 포함한 9명이 의기투합해 조합을 설립한 이후 현재 약 700명이 모였다. 조합원의 약정 출자금은 1억7000여만원으로, 이들의 목표는 병원 진료 서비스 제공, 교육 프로그램 운영, 유기농 간식 판매, 수익 환원 운동 등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 해방이·해돌이·해순이의 가족이었던 정 대표는 1970∼90년대 반려동물 돌보는 법을 알지 못했던 막막한 경험을 떠올리며 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제도적인 성숙은 미흡해요. 제가 해방이를 키울 때와 달리 대형마트가 사료사업에 진출하는 등 자본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의식과 제도는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어요. 유럽처럼 사람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지역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부족한 제도 중 하나는 동물 의료에 대한 정책적 배려다.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뒤 동물병원 진료비는 병원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진료비 평균은 상승했다. 반려동물 관련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동물병원비로 한 달에 몇 백만원을 썼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의료비 부담을 이유로 아픈 동물을 버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저희가 속칭 고객을 흡수하는 ‘빨대 병원’이 될 거라며 우려하는 수의사 분들이 있는데 우리도 임차료, 수의사 수임료 등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입장이라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출 수는 없습니다. 단 조합원의 토론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할 거예요. 기존 동물병원이 폭리를 취했으면 가격 비교가 될 테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협동조합 병원을 통해 기존 동물병원도 병원 대 소비자가 아닌 다른 사회적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 병원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의료비용 낮추기가 아닌 조합원과 의료진의 올바른 관계 형성과 반려동물을 매개로 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은 지난 1년간 한 달에 한 번씩 반려견 행동 교육,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 반려동물 질병과 예방법 등 강좌를 열었다. 향후 조합이 직접 만든 유기농 간식도 판매할 예정이다. 의료진과의 교감을 통해 신뢰를 쌓고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반려동물을 서로 돌봐주는 ‘품앗이 사회’를 형성하는 게 목표다.

“얼마 전 신입 조합원 환영회를 열었는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어요. 주로 홀로 지내며 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들이 많은 점이었어요. 1인 가구의 특성상 기존 커뮤니티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반려동물을 매개로 만나 서로 의지하게 된 거죠. 동물을 통해 이런 사람들을 공동체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거예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를 표방한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사회적협동조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메이휴 애니멀 홈(Mayhew Animal Home)’과 독일 동물보호단체 ‘뮌헨티어하임’, 한명숙·장하나·심상정·박원석 국회의원들이 추천서를 작성하며 조합 출범에 힘을 보탰다.

“저소득층이나 독거 노인 분들은 동물을 키워도 경제적 사정 때문에 간식을 사주거나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갈 수 없을 때가 많잖아요. 이런 분들에게 조합에서 만든 간식과 무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거예요. 병원 수익은 교육 프로그램 운영, 유기동물 치료비 지원에 사용하며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겁니다. 협동조합의 동물병원 설립 신청이 처음이라 정부에서도 사례가 없다며 난감해하지만 법적 요건을 갖췄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동물병원의 목표 개원일은 오는 12월20일. 700여명의 조합원에서 1000명으로 확대하는 게 정 대표의 바람이다.

“이 분들 중에 병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은 마포구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생각이에요. 사람보다 생애주기가 짧은 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는 삶을 더욱 성찰할 수 있잖아요. 마포구의 실험을 통해 생명 감수성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2014-09-26 2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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