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식

[2013/3/24] [경향신문] 동물병원 진료비, 생협 만들어 낮춘다

작성자
mapopet
작성일
2017-08-23 15:12
조회
1990
ㆍ마포구 주민들 병원 설립 나서
ㆍ출자·후원금으로 수의사 고용

선배와 함께 2살짜리 강아지 ‘빵이’를 키우고 있는 오현주씨(34)는 지난해 동네 동물병원 에서 다리가 탈골된 빵이의 수술을 받고 난 뒤 총 400만원을 청구받았다. 처음 들어간 수술비는 120만원이었지만 수술 뒤 회복 중이던 빵이가 간호사 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진 뒤 재수술한 금액까지 청구된 것이다. 병원 측과 합의 끝에 200만원만 냈지만 오씨는 “주인에게 통보도 없이 재수술한 것을 알고는 황당했다”고 말했다.

4살짜리 강아지 ‘보리’를 키우는 손인숙씨(42)는 치아가 약한 보리에게 스케일 링을 시켜주기 위해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가 40만원이란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동물사료를 먹지 않아 스케일링으로 정기적인 치아 관리를 해줘야 하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 얼마 전엔 피부병 검사를 하는 데 7만원이 들었다.

손씨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너무 비싸고 병원마다 가격 차이도 큰데 어느 가격이 적정 수준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서울 마포구 주민들이 지난 7일 지역생활공동체 민중의집 사무실에 모여 마을동물병원 설립을 의논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동물병원의 지나치게 비싼 진료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서울 마포구 주민들이 ‘동물병원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모였다. 주민들이 출자금을 내 반려동물 을 위한 마을동물병원을 설립하고, 적정한 가격의 의료서비스 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생협 설립을 주도하는 마포구 지역생활공동체 ‘민중의 집’ 정경섭 대표는 “생협 설립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이 병원 이사회를 구성하고 수의사를 고용해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자본금 1억5000만원은 주민들의 출자금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후원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협의 수익금 중 일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저소득층 의 지원비로 쓸 예정이다.

동물병원 생협은 올해 안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1차 주민모임에는 8명이 참석했고, 지난 7일 열린 2차 모임에는 15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였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자녀를 둔 부모나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정보가 부족해 고민하고 있는 이들도 모임에 참석해 함께 의견을 나눴다.

정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주민들은 많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했다”며 “동물병원 생협은 단순히 과도한 병원비 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역 주민들이 만나 상부상조하고 바람직한 동물권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시민단체 인 ‘동물사랑 실천협회’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물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도 조합비로 수의사를 직접 고용해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소셜펀딩으로 자금을 모금하고 있으며 발기인 30명을 모집한 뒤 오는 7월1일 협동조합을 정식 출범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