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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포 주민들, 철거지역 '길고양이집' 제작…'같이 살아요'

작성자
mapopet
작성일
2017-11-16 10:34
조회
2296


마포 주민들, 철거지역 '길고양이집' 제작…'같이 살아요'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 건물 2층 테라스에서 조합원 전은정씨가 길고양이집 위에 방한필름을 바르고 있다.  이재덕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 건물 2층 테라스에서 조합원 전은정씨가 길고양이집 위에 방한필름을 바르고 있다. 이재덕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 협동조합)이 들어선 한 건물 내 사무실. 조합원 차원석씨(51)가 플라스틱 상자 한쪽 면에 둥근 유리 그릇을 엎어놓고 사인펜으로 그릇을 따라 원을 그렸다. 이후 사인펜 자국을 따라 칼로 잘라내자 상자에 지름 20㎝ 정도의 구멍이 만들어졌다. 절단면이 날카롭지 않은지 손가락으로 만져보며 말했다. “이제 길고양이들이 이 구멍으로 들락날락하게 되겠네요.”


우리동생 협동조합 조합원 열댓명은 이날 조합 건물 2층 사무실과 테라스에 모여 길고양이집과 고양이 급식소를 제작하고 있었다. 겨울을 앞두고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집과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마포구 내 재개발 지역 등에 설치하기 위해서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는 현재 재개발이 한창이다. 건물이 헐리고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사고를 당하거나 음식물 쓰레기조차 찾을 수 없어 굶어죽는 길고양이가 상당수라고 한다. 우리동생 협동조합은 마포구청,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등과 함께 최근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TNR이란 길고양이를 잡아서(Trap),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Neuter), 제자리에 방사(Return)하는 것을 말한다. 길고양이가 늘어나지 않도록 개체수를 관리하면서 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당시 사업 당시 고양이 40여마리가 잡혔다. 이날 작업은 중성화 수술 후 방사된 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이 일대에 길고양이집과 급식소가 설치하려는 것이다.


길고양이집은 플라스틱 박스 안에 작은 스티로폼 박스를 넣어 만든다. 플라스틱 박스와 스티로폼 박스에는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을 낸다. 외부에 있는 플라스틱 박스가 바람과 비를 막아줄 ‘집’이라면, 그 안에 있는 스티로폼 박스는 따뜻한 ‘방’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 건물 2층 야외 테라스에서 차원석씨와 최승훈씨가 길고양이집을 만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 건물 2층 야외 테라스에서 차원석씨와 최승훈씨가 길고양이집을 만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완성된 길고양이집. 이재덕 기자

완성된 길고양이집. 이재덕 기자





마포구 주민 전은정씨(47)는 완성된 길고양이집 위에 방한필름을 발랐다. 전씨도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다고 했다. 전씨는 “길고양이집 만들기만 세번째”라며 “스티로폼 박스 안에는 신문지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담요나 옷을 넣으면 물에 젖기 쉽고 겨울에는 얼어버린다”고 말했다. 이날 초등학생 4학년 딸과 함께 세종시에서 온 조합원 최승훈씨는 “딸이 친구들과 함께 종이박스로 길고양이집을 만들어 아파트 단지에 설치했다가 누군가 부수고 치워서 마음을 다친 것 같다”며 “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새봄씨(34)는 친구 송명경씨(34)와 함께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다. 급식소 겉면에 물감으로 고양이 그림을 그려넣고 ‘고양이 급식소’라고 적었다. 이씨는 “주말마다 아현동 철거 지역에서 밥을 주고 있다”면서 “지난번 TNR에서도 낯익은 고양이 5~6마리를 만났다. 그 고양이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급식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생협동조합 2층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고양이급식소를 만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 우리동생협동조합 2층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고양이급식소를 만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TNR 과정에서 붙잡힌 어린 고양이들은 입양을 보낸다고 한다. 조합원 김연수씨(40)는 아현동 철거지역에서 붙잡힌 ‘아현이’를 잠시 맡아 키우고 있다. 6개월생 러시안블루 아현이는 최근 입양이 확정됐다. 김씨는 “입양이 이뤄져 다행”이라며 “다만 아현이가 길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똥을 아무데나 싸는 게 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합원들이 만든 고양이집과 급식소는 아현동 철거지역 등 서울 곳곳에 설치된다. 우리조합협동조합 관계자는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외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완성된 길고양이집에는 이런 문구가 붙었다. ‘같이 살아요. 고양이들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잠시 쉬어가는 곳입니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회수하겠습니다. 작은 생명을 위해 따뜻한 마음 부탁드려요.’




길고양이집 위에 붙이는 A4 크기 종이에는 ‘같이살아요. 고양이들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잠시 쉬어가는 곳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재덕 기자

길고양이집 위에 붙이는 A4 크기 종이에는 ‘같이살아요. 고양이들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잠시 쉬어가는 곳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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