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2일

[오마이뉴스] 동물대표도 선출…뭐하는 짓이냐고요?

동물 대표도 선출… 뭐하는 짓이냐고요?

첫 반려동물 관련 협동조합 ‘우리동생’… 5월에 동물병원 설립

원문기사 : http://omn.kr/6hx8

 

14.01.21 17:37l 안형준(ahjl)

▲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꿈꾸는 ‘우리동생’
ⓒ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국내 인구가 2013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반려동물 관련시장도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관련시장 규모는 2012년 1조 8000억 원, 2013년 2조, 2020년에는 6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동물병원 의료사고와 분양 관련 분쟁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동물병원 관련 상담건수는 2012년 349건에서 2013년에는 395건으로 늘어났다.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과 반려동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서울 마포구 주민들이 모여 처음으로 반려동물 관련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아래 우리동생,http://mapowithpet.com/)은 현재(1월 15일) 조합원이 312명이다.

특이한 점은 우리동생 조합에 700마리의 동물조합원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한 생물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게 목표다. 따라서 ‘인간대표’와 ‘동물대표’로 나눠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  SNS 투표를 통해 선출된 동물대표 보리
ⓒ 안형준

가격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

우리동생은 지난해 5월 25일 창립총회를 열고 그해 7월 협동조합 허가를 받았다. 올해 5월에 동물병원을 세울 예정이다. 동물병원이 설립되면 조합원들이 직접 진료 및 치료 가격을 결정하는 등 투명한 운영을 하게 돼, 중성화 수술과 심장사상충 주사 등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또 불필요한 과다진료를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다. 조합원은 모두 1표의 선거권을 가진다. 모든 사항에 대해 나이, 출자금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투표를 할 수 있다. 초등학생 조합원과 70대 노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공통 주제인 ‘반려동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경영을 한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까닭에 조합원의 자발적 헌신도가 높아 일의 진행도 빠르다.

우리동생은 반려동물의 치료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조합원이 모여 동물단체나 관련 전문가의 수업을 듣는다. 개와 고양이의 역사와 습성을 공부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예전에는 반려견이 잘 먹는 사료가 어떤 것이냐가 최고의 관심사였어요. 하지만 그 사료가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아무거나 먹일 수 없어 직접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안성호(46, 서울 마포구)씨는 우리동생 조합원이 되고 삶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 반려동물은 인간의 시각에서 ‘사육하는 동물’이었지만, 공부를 통해 함께 삶을 사는 동반자가 됐다. 예전에는 반려견이 잘 먹는 사료를 구매했지만, 지금은 조합원이 모여 사료를 연구하고 직접 만든다. 모두 사료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연구도 활발하게 잘 된다”고 말했다.

▲  ‘우리동생’ 오김현주(34)이사, 현주(34)사무국장, 정경섭(44)대표
ⓒ 안형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 

“마포구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요. 지금까지 이 사람들은 지역사회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죠. 우리동생이 생긴 이후 1인 가구가 지역사회 모임에 많이 참여하게 됐어요.” 

정경섭(44) 우리동생 대표의 목표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다. 각기 흩어진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아 인간만의 세상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며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꿈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동물보호 운동이 이슈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지역과 함께 만나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동생 정관을 보면 반려동물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우리동생 동물회원용 정관 전문이다.

첫째, ‘인간만의 세상’, ‘인간만의 사회’라는 건 존재 하지 않습니다. 동물은 인간이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인간과 함께 공존해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인간과 동물간의 만남. 그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당신과 만나게 되고, 함께 하게 되었으며,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든 우리들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둘째, 우리들은 생각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으며,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의 삶이 소중하듯 우리들의 삶도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동물병원협동조합을 세워주시길 바랍니다.

셋째, 우리들은 말로 아픔이나 고통을 호소하지 못합니다. 우리들이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불편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오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을 세심하게 진료해 해주며, 우리의 입장에서 적합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동물병원협동조합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어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굶주림과 갈증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되고 사육당하고, 도축당하며, 버림받고 학대받는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인간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생명까지 위협받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며, 동물보호법과 동물복지를 위해 힘쓰는 동물병원협동조합을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다섯째, 우리들의 수명은 당신에 비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아마 당신은 제가 늙는 것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제가 늙고 병들어도 돌봐주길 바랍니다. 죽음을 맞이할 때 제 옆에 있어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죽음이 존엄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안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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