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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8일

[국민일보] [마을공동체가 뜨는 이유] 도시인, 마을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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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협동조합이 만든 첫 동물병원 마실 가듯 들러 카페서 얘기꽃 반려동물 공감대로 교류 넓혀

[마을공동체가 뜨는 이유] 도시인, 마을을 꿈꾸다 기사의 사진

한 남성이 지난달 30일 다리를 다친 시베리안 허스키 ‘슝’을 데리고 서울 마포구 ‘우리동생 동물병원’을 찾았다. 동물 미용사 김수진씨(오른쪽)가 개를 쓰다듬고 있다.김태형 선임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 전항숙(54·여)씨가 여섯 살 말티즈 ‘대추’를 안고 서울 마포구 ‘우리동생 동물병원’에 들어섰다. 대추에게 심장사상충 예방주사를 맞힌 뒤 2주 만의 방문이다. 병원에 왔다기보다 동네 나들이나온 듯 전씨는 헐렁한 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대추가 계속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20년간 마포에서 살아온 전씨는 집에서 15분여를 걸어 왔다. 이 병원은 생긴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빠르게 입소문이 돌고 있단다.수의사는 알레르기를 의심하면서 ‘처방식’(약효가 있는 사료)을 준비해줬다. 다만 “대추가 사람 음식을 안 먹는데도 눈물이 많다면 체질이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를 마친 전씨는 병원 2층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반려동물 미용실을 구경하며 한참을 놀다 갔다. 그는 “직원들이 애완동물의 상태나 건강에 세밀히 관심을 가져줘 별일 없을 때도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우리동생’은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진 동물병원이다. 2013년 1월 마포구 주민 9명의 모임으로 출발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을 도맡았다. 반려동물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인간과 동물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현재 조합원은 960명에 달한다. 주로 병원 근처에 사는 마포구 주민들이다. 여기에 ‘사람 조합원’이 키우는 반려동물 1700여 마리도 ‘동물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조합 정관은 ‘사람편’과 ‘동물편’이 따로 있다. 동물편에는 ‘우리는 말로 아픔이나 고통을 호소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진료비 등은 조합원 논의를 거쳐 적정한 수준으로 정해진다.

지난달 4일 개원한 이 병원의 목적은 동물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정경섭 우리동물협동조합 이사장은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동물을 매개로 상호 돌봄망이 구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소외된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데에서 착안해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동물과 함께 재건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동생 동물병원처럼 마을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중이다. 2013년부터 3년간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등록된 마을공동체는 2100개가 넘는다. 활동 주민만 8만4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왜 마을을 만들려는 것일까.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과거 ‘품앗이 문화’를 떠올리며 안정감을 얻기 위해 참여한다는 분석이 있다. 중앙정부가 육아 등 삶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자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면서 소규모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주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마을공동체가 부지기수다. 참여하는 사람끼리만 모이는 ‘그들만의 리그’란 비판도 있다. 지역 이기주의 심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공동체의 선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장은 마을공동체를 ‘관계의 복원’이라고 표현했다. 이 소장은 “마을공동체는 내가 직면한 교육·환경·사회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해준다. 더 능동적인 해결 방식을 찾을 수 있다. 삭막한 도시에서 혼자 상처를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전수민 고승혁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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