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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8일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 ‘동물복지’의 더 나은 미래, 우리가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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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9 03:00

시민 1000명 2억원 출자한 국내 최초 협동조합 동물병원
유기견을 장애인 반려견으로 견공 만드는 유기견 훈련센터 입양 인식 바꾸는 행사도 열려

“작년 11월에 힘들게 찾아낸 장소예요. 조합원들이 가정집 형태의 동물병원을 원했거든요.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조합) 김현주 사무국장이 옅은 아이보리색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50평짜리 주택을 1층 동물병원, 2층 애견카페로 개조한 모습이다. 김 국장은 “카페에는 우리 조합원 한 명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개원한 이곳은 국내 최초로 시민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 동물병원이다.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아가자’는 미션으로 2013년 5월 우리동생조합을 설립했는데, 현재까지 조합원 954명(동물조합원 1743마리)이 출자금 약 2억원을 모으며 동참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으로 얻어낸 성과다. 김 국장은 “어제도 주변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강아지와 함께 와서 조합원이 되는 등 주민들 관심이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 협동조합
1’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한 동물병원 내부. 총 50평의 공간을 1층 병원, 2층 카페로 나누어 사용한다.2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사육관 전경. 10개의 큰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개의 공간당 4개의 개별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유기견들을 각각 따로 관리할 수 있다.32015 동물보호문화축제 현장 모습. /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의료생협처럼… 국내 최초 시민이 만든 동물병원 탄생하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유기와 학대 등 동물복지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복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동생조합도 그중 하나다.

“2012년 말에 마포구에 ‘의료생활협동조합’이 들어섰어요.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주인이 되는 병원에 대한 시민의 호응이 높았죠. 이후 ‘동물병원’도 그렇게 한번 만들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김 국장의 설명이다. 특히 의료보험 체계가 없는 동물병원은 과잉 진료와 들쑥날쑥한 진료비에 대한 불평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마포 의료생협에 참여했던 협동조합 전문가를 시작으로 동물 애호가, 마을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이 모였고, 불과 5개월 만에 창립총회가 이뤄졌다. 이들에게 동물병원 개원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을 넘는다는데, 우린 아직 준비가 부족해요. 한 동물보호단체의 조사를 보니, 크리스마스 때 연인끼리 동물을 선물한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을 거점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교육도 하고, 모임도 하면서 동물과 함께 사는 준비를 하려는 겁니다.”

실제로 병원을 준비하면서, 매달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동물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작년엔 독일·영국 등 동물복지 선진국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펫로스(Pet Loss·애완동물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지는 것) 증후군’ 극복을 위한 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유기견의 화려한 변신 돕는다,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장단지. 인적 드문 길 끝에서 만난 공터엔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라고 쓰인 나무 표지판이 붙어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코코(요크셔테리어·2년)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반겼다. “작년 10월에 유기견으로 들어온 녀석”이라는 소개를 듣기 전까진 짐작도 못 했을 정도로, 털에는 윤기가 흘렀고 미용도 잘돼 있는 모습이었다.

2013년 3월 설립된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코코 같은 유기견을 구조해 장애인 보조견, 독거노인 반려견, 일반 가정 입양견 등 사람을 돕는 견공(犬公)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곳이다. 경기도에서 연간 2억원을 지원받아 운영한다. 현재 유기견 총 42마리가 수의사 2명, 장애인 보조견 훈련사 1명, 반려견 훈련사 2명 등 5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에 유기동물 보호시설이 총 26곳 있는데 수의사와 훈련사가 시설을 직접 돌며 유기견을 선발해 와요. 건강은 수의사가, 자질은 훈련사가 보죠. 센터에 들어오면 백신 치료와 영양 공급으로 열흘간 몸을 추스르고 훈련관으로 이동하죠. 이후 3달 정도 기분 훈련을 하는데 대부분 탈락의 고배를 마십니다. 장애인 보조견 한 마리를 양성시키는 데 보통 1년 반 정도가 소요되고, 최종 합격률은 많아야 3% 정도죠.”(여운찬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팀장)

탈락한 강아지들은 반려견으로 분류된다. 여운찬 팀장은 “장애인들은 보조견보다 오히려 맘 편히 데리고 있을 수 있는 반려견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센터가 설립된 이후 이곳을 통해 입양된 강아지는 총 130마리. 대부분 장애인과 독거노인의 친구가 됐다. 지난 3월에는 첫 번째 장애인 보조견 ‘호야’를 배출하기도 했다.

입양된 반려견들은 1년간 사후관리도 이뤄진다(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해당 견이 죽을 때까지 사후관리를 실시한다). 사후관리는 이 센터가 가장 좋아하는 업무다.

“유기견을 분양해 간 가정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걸 많이 느껴요. 한 독거노인은 ‘반려견이 생긴 후 안 오던 손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반기시더라고요. 유기견도 살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도 주니, 정말 괜찮은 사업 아닌가요?”(여운찬 팀장)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2015 동물보호문화축제’도 열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평화의 광장)이 개들로 난리가 났다. ‘말라뮤트’ 같은 대형견부터 ‘몰티즈’나 ‘요크셔테리어’같은 소형견에 이르기까지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이다. 한쪽에 마련된 사각형의 ‘반려동물 화장실’에는 모래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곳은 ‘2015 동물보호문화축제’ 현장.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하는 이 행사는 동물보호법 제정일(1991년 5월 31일)을 기념해, ‘동물보호를 단순한 복지를 넘어 함께 사는 문화로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지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국동물보호교육재단’ 부스에선 후견인 모집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대신 대부·대모가 되어 비용을 후원하자는 운동이다. 행사에 참여한 임지숙(35·서울 송파구)씨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자칫 소홀해질까 봐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만나게 돼 대모 신청을 했다”며 웃었다. ‘동물자유연대’에서는 ‘돼지에게 꼬리를 허하라’ ‘길고양이 포획, 유통과 식용금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애견협회 부스에 차려진 애견 상담센터는 상담사 4명이 쉴 틈 없이 상담을 진행해야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유기동물 나눔마당’에선 입양캠페인이 한창 펼쳐졌다. 유기견 8마리를 보여주며 참여자들에게 유기견 입양 절차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자리다. 몰티즈를 마음에 들어하던 할머니는 “열 살이라 너무 늙어서 고민된다”고 하더니 결국 그냥 가버렸다. ‘팅커벨 프로젝트’의 회원이라는 한 자원봉사자는 “어린 강아지를 맨홀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고, 점을 봤는데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건강한 강아지를 동물병원에 안락사해달라고 맡기는 경우도 봤다”며 “믹스견은 입양이 안돼 벌써 6마리를 직접 입양해 키우는데, 이렇게 행사를 통해 알리면 그래도 인식이 좋아져 입양이 잘 되는 편”이라고 했다. 열정적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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